안동제비원성주풀이보존회

송옥순 성주풀이보존회장
사비 들여 악보도 만들어

지난해 12월 21일 안동 M컨벤션에서 국내 최초로 ‘성주풀이’ 완창공연을 한 송옥순 성주풀이보존회 회장(가운데).

“집을 다 지은 뒤 자손들이 잘되고, 집안이 평안하기를 기원하는 대목에서 무엇인가가 강하게 끌어당기는 듯한 느낌이 받았습니다.”

15년 전 장구를 배우기 위해 스승의 연을 맺었던 고(故) 오숙자씨로부터 성주풀이를 처음 들은 뒤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는 송옥순 성주풀이보존회 회장(59).

송 회장은 지난해 12월 21일 ‘성주의 본향’이라는 안동에서 ‘국내 최초로 성주풀이 완창’이라는 기념비를 세웠다. 이날 공연에서 아쉬운 대목은 무속신앙에서 유래되는 무가(巫歌)로 홀대받는 현실을 감안, 현대인들에게 익숙한 퓨전공연으로 재해석한 빠른 장단으로 완창 시간을 30분 정도로 크게 줄였다는 것.

이에 대해 그는 “명창으로 알려진 인간문화재가 와서 들려주는 심청가나 춘향가도 아닌데, 1시간 넘는 공연을 한다면 지루해 할 것 같아서”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이렇듯 누구의 지원을 받는 것도 아닌 데다, 더구나 세속의 홀대와 배척을 인지하면서도 성주풀이를 위해 사비까지 아끼지 않는 그의 열정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성주풀이에 대한 일반상식은 무속신앙에서 행해지는 굿으로 생각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하지만 성주풀이의 사설(辭說)을 문화사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외벽을 지지하는 기둥이 없고 지붕만 있던 움집에서 살던 당시(신석기 시대) 기둥과 벽을 세우는 등 집을 짓는 기술을 전해준 지배세력에 대한 기억을 서사시로 표현한 것으로 추정된다. 즉 성조(成造)의 와음으로 집터를 다지는 조왕신을 뜻하는 성주는 우리 역사상 최초로 상량식(上樑式)을 한 영웅으로 떠받드는 신으로서 무속신앙을 통해 전해진 것이다.

송 회장 역시 “연세 지긋한 할머니들이 부엌 선반에 고이 모셔놓은 성주단지를 유추하면 농사를 관장하는 신”이라면서 “아무튼 먹고 살기 힘들었던 시대에 ‘잘 먹고, 잘 살기’를 기원하기 위해 모셨던 신이라는 사실만큼은 틀림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복잡하게 생각할 이유가 없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가정이 화목하고, 자식들이 잘되고, 더불어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최대의 목표가 아니냐”며 명쾌하게 정리했다.

그렇기에 그는 인터뷰 내내 자신이 무속인임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지난 15년의 시간에 대해 “성주풀이에 이끌려 13년 전 무병을 앓게됐고, 그런 인연이 지속되면서 성주풀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났다”면서 “그동안 많은 이들을 만나면서 채록한 자료를 바탕으로 악보를 만드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5월 악보 정리를 완성하고 대중들 앞에 선보일 수 있었던 것에 만족한다”고 담담히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