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먼 옛날 고대로부터 무당은 하느님과 같은 절대자와 우리 인간을 연결 시켜주는 제사장과도 같은 위치였다. 그래서 한자의 무당무(巫)자는 ㅡ(하늘)과 ㅡ(땅)을 연결하는(ㅣ) 사람(人)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가 친숙하게 쓰고 있는 말 가운데는 무당의 굿이나 무당이 쓰는 말에서 유래한 것들이 많다.
푸닥거리는 무당이 간단한 음식을 차려 놓고 잡귀신을 풀어 먹이는 굿을 가리킨다. 귀신의 탓이라고 생각되는 병을 무당을 불러 푸닥거리를 함으로써 푸는 것을 '풀어먹인다'고 하는 것이다.
아주 귀찮게 구는 것을 싫증내지 않고 좋게 잘 받아 주는 일을 만수받이라고 하는데, 이 말은 원래 굿을 할 때 하나가 소리를 하면 다른 사람이 따라서 같은 소리를 받아 하는 짓을 뜻한다. 또 불평이 있을 때 주절주절 늘어놓는 말을 뜻하는 넋두리나 푸념도 원래는 무당이 죽은 사람의 넋을 대신해서 하는 말을 가리킨다. 공수도 넋두리 · 푸념과 비슷한 뜻을 가진 말이다.
무당이 귀신의 말을 받아서 호령하는 일은 포함이라고 한다. 장사에서 이익을 많이 보게 되는 운수를 사망이라고 하는데, 그런 운수를 받으라고 무당이 주는 복도 사망이라고 한다. '사망을 준다' '사망을 받는다'고 하는 것이다. 이윤택의 연극 「오구」로 유명해진 오구굿은 죽은 사람의 명복을 비는 굿으로, 지노귀새남이나 씻김굿과 같은 목적의 굿이다.
무당을 여원이라고도 하는데, 만신은 여자 무당을 대접하여 일컫는 말이다. 남자 무당은 박수나 화라지, 화랑이라고 하고, 무당과 박수를 합해서는 심방이라고 부른다. 굿을 할 때 늘 정해 놓고 불러 쓰는 무당이 단골인데, 단골이 제 터로 잡아 활동하는 범위를 단골판이라고 한다. 무당서방은 무당의 남편인데, 웬일인지는 모르지만 공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무당서방이라고 한다. 사람 잡는 선무당은 서투르고 미숙한 초보 무당이다. 무당이 굿을 할 때 악기를 연주해 분위기를 살리는 사람은 기대라고 한다. 약을 먹은 뒤 나타나는 효험을 약발이라고 하는데, 마찬가지로 무당이 굿을 한 효험은 굿발이라고 한다.
무당이 돈이나 쌀을 얻으려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는 일을 계면돌기라고 하고, 계면돌면서 하는 굿은 계면놀이라고 한다. 무당이 굿을 끝내고 구경꾼에게 나눠 주는 떡이 계면떡이다.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지' 하는 말이 바로 여기서 나온 말이다.
옛날 우리 민간 신앙에서 귀신은 집안의 곳곳에 깃들여 있는 친근한 존재였다. 부엌을 맡은 귀신은 조왕, 뒷간을 지키는 귀신은 주당이라고 불렀다. 하필이면 뒷간 차지나 하게 된 제 처지를 한탄하다가 그만 주당이 되었던 것일까. 귀신 주당은 어디서 술을 마셨을까, 어떤 술을 마셨을까.
우물이나 샘에는 물할머니라는 귀신이 있다고 믿었는데, 아기를 점지해 준다는 삼신할머니와 함께 흔하지 않은 할머니 귀신이다. 흔하지 않다고 했지만 그러고 보니 할머니 귀신은 있는데 할아버지 귀신은 들어본 적이 없다. 귀신의 세계에서도 여자들이 더 오래 사는 것일까. 귀신에게도 생로병사가 있을까. 무엇보다 귀신들도 사랑을 하는 것일까.
굴왕신은 무덤을 지키는 귀신의 이름인데, 귀신이라고 세수도 안 하고 다녔는지 아니면 무덤을 지키다보니 그렇게 됐는지 낡아서 찌들고 더럽고 흉한 것을 '굴왕신같다'고 한다. 집터를 지키는 귀신은 터주라고 했는데, 옛날에는 터주항아리를 두고 여기에 곡식을 따로 모아 바치면서 위했던 귀신이다. 터줏대감은 이 터주에서 비롯된 말이다. 한 집안의 조상의 혼령이나 그 집에서 선대로부터 위해 오는 귀신은 부리라고 한다.
집을 지키고 보호해 주는 귀신의 이름은 성주였는데, 집을 새로 짓거나 이사를 한 뒤에는 성주를 새로 받아들인다고 해서 무당을 불러다 굿을 했다고 한다. 그 굿이 성줏굿 또는 성주받이라 하는 것이고, 그때 무당이 부르던 노래가 바로 성주풀이다.
이렇게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귀신들이 있었는가 하면, 사람을 괴롭히는 귀신도 많았는데, 자는 사람을 누르는 가위, 사람에게 붙어 몹시 앓게 만드는 저퀴나 청계, 떠돌아다니는 뜬것, 사납고 못된 장난으로 사람을 못살게 구는 두억시니 따위가 그런 것들이다. 캄캄한 밤에 갑자기 나타나 쳐다보면 쳐다볼수록 한없이 커지는 귀신을 그슨대나 어덕서니라고 하는데, 그슨대는 사람을 해치지만, 어덕서니는 놀라게만 할 뿐 해치지는 않는다고 한다. 날수에 따라 사방을 돌아다니며 사람의 활동을 방해하는 귀신을 손이라고 했는데, 요즘도 결혼이나 이사 날짜를 고를 때 손 없는 날을 그렇게 따지는 것을 보면 이 귀신의 힘이 상당하지 않았나 생각이 된다.
총각이 죽어서 된 귀신은 몽달귀, 처녀가 죽어서 된 것은 손말명이라고 했는데, 말명은 신라 때 김유신의 어머니(만명부인)를 신격화해 무당이 모시는 신의 이름이기도 하다. 마마를 앓다가 죽은 계집아이의 귀신을 태주라고 했는데, 이 귀신은 사람의 길흉화복이나 앞날을 예언하는 데 특히 신통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귀신에도 여러 가지가 있는지라, 그 가운데는 목두기라고 하는, 무엇인지 어떤 노릇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정체불명, 주거부정의 귀신도 있다.
본디 무당이 성주받이를 할 때에 복을 빌려고 부르는 노래가 성주풀이다. 우리 민속에서, 집 터를 맡은 신령인 성조왕신과 그의 아내인 성조 부인은 집을 짓는 일로부터 일문 일족의 번영에 이르기까지 그 집의 길한 일이나 흉한 일을 도맡아 직접으로 다스린다고 믿어 왔다.
무가에서 파생된 민요 또는 잡가, 축원무가, 서사무가. 성주풀이는 네가지의 뜻이 있다.
첫째는 민요의 성주풀이로서 굿거리 장단에 경기소리의 선율로 불려지는 분장체 노래로서 ‘에라 만수 에라 대신이야 대화연으로 서서히 내리소사’ 라는 후렴이 붙는 민요를 말한다. 이 민요는 무가에서 파생된 노래로 볼 수 있으며 중부지역 민간에서 널리 불려진다.
두번째는 잡가로서 성주풀이다. 형식은 가사체로서 4 · 4조 연속체이며, 내용은 ‘성주본이 어디메냐 경상도 안동땅에 제비원이 본이로다’로 시작하여 제비원에서 자란 소나무 재목을 베어다가 집을 짓는 과정을 묘사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노래 역시 성주굿 무가에서 파생된 잡가라고 생각한다.
셋째는 축원 무가로서 성주풀이를 말하는데 성주굿에 구송하는 성주축원을 말한다. 제비원에서 자란 소나무 재목을 베어다가 집을 짓고 온갖 집치장을 하고 세간을 들여놓은 후 농사짓는 과정과 아들을 낳아 길러 과거에 급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 농민들의 소박한 행복관이 담겨진 축원무가이다.
넷째는 서사무가 성주풀이인데 가정수호신이면서 가옥의 신인 성주신의 유래를 서술한 무속신화를 말한다. 성주굿이나 안택에서 구연되는데 경기 남부지역에서 전승되는 <성주본가>와 경남 동래지역에서 전승되는 <성조신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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